현의 노래와 김훈씨의 문장

소설하면 떠오르는 것들


소설하면 떠오르는말? 플롯, 기승전결, 스토리 등등.
이런것들이 내가 학교에서 배웠고 책을읽으면서 만끽했던 대부분의 요소들이었다.
소설을 쓰는 자가 어찌 감히이런 틀을 쉽사리 깰수 있으랴.



김훈씨의 책은 조금 다르다.


다양성의 시대라서인지 '그렇다'라고 철썩같이 믿어왔던 부분에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라는 다른 면을 참 잘도 보여준다.



칼의 노래로 김훈씨의 책을 처음 접할때는 참 무언가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책의 끝까지 읽어내리는 동안 계속 머리속에 맴도는 질문에 대한 긴장감. '대체 사건은 언제 시작되는 거야?'

안타깝게도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런 이야기도 전개되지 않는다. 그냥 책은 흘러간다. 글자 한자한자에 문장 하나하나에 인물들의 생각 하나하나에 눈길이 가고 생각이 멈추어진다.



책은 나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는다.


새로이 현의 노래의 책장을 여는 순간에는 이야기꺼리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대로 인물들의 생각속에 녹아들어 커다란 회화책을 읽어내려간 듯한 느낌이 들뿐이었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읽은것과는 무언가 다른게 많은 무언가를 듣고 느꼈다. 이상한 일이다.

출판사에서 선전하는 것처럼 김훈씨가 '한글이 창조해낸 언예술의 순금공간'을 만들어내는 지는 전혀 모르겠다. '언어의 성체 혹은 냉혹한 비극주의의 탐미적 힘'인 지는 더욱 모르겠다.



그의 문장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그의 문장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정제되어있어 중언부언하지 않음이 돋보이는 그런 문장을 써내며 읽는이를 끌어들이는 힘이 강할 뿐이다. 때론 혹은 종종 너무나도 비정하고 폭력적인 문장을 구사하기도 한다. 그가 펴내려가는 생각의 기저를 염두에 두지 않고 문장만 떼어놓고 말한다면 오히려 '지독할 정도로 감정이 배제된 관찰자의 입장으로 모든 객체를 바라본다'라고 평할수 있을 정도다.

뭐.. 그래봐야 이런건 내 소관의 일은 아니다. 그의 문체가 어쨌든, 그의 이야기가 어쨌든..
이런것들과는 상관없다. 난 그저 좋은 글을 하나 더 읽었다.


-.淳. <소리는 살아있는 동안의 것이다. 다른 모든것들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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