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철학은 어렵지만, 관심가는 대목도 있다. 


난 안타깝게도 Matrix영화에서 재탕되어진 철학자들의 해묵은 관심사에 대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별 관심은 없다. 하지만, 철학자들의 치밀한 문제의식들은 내게 몇가지 재미있는 생각을 할수 있게 도와주었다.


'당신은 정말로 빨간약을 택할 것인가?'



빨간약, 파란약


빨간약과 파란약 선택의 방식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제 3자로서 영화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서슴치 않고 네오가 빨간약을 집어든 점에 만족감을 누렸을 것이다. 아마도 자신이라도 그렇게 선택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스스로의 용감성에 취해 영화에 점점 빠져들었을게다.

'하지만 당신은 정말로 빨간약을 택하고 있는가?'

책 안에서 한 저자가 얼핏 지적했듯이 이미 우리의 현실조차도 실제와 가상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바나나맛 우유는 이미 바나나보다 우리의 인지상 더 바나나맛에 가깝다. 조화는 생화보다 더욱 우리가 상상하는 아름다운 꽃의 모습에 가깝다. 대체 현실, 실제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것이 어쨌단 말인가?

이미 우리는 Network안에 집을 짓고 살고 있고, 얼굴 한번 본적이 없는 사람들과 사회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이런 우리들에게는 손으로 만져지고, 냄새 맡아지고 그런 차원의 것들이 어떠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런 것들이 자의에 의했건, 타의에 의했건 '현실이다, 비현실이다'라는 논쟁은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냥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에게는 현실일 뿐이다. 단지 다른건 삶의 장소가 옮겨졌다는것 뿐.



나에겐 착취의 문제가 더 문제다


그럼 뭐가 문제 였나?
아.. 아. 잊고 있었다. 철학자들 역시도 동일하게 지적했던 문제의식.
'인간이 건전지'로 쓰여지고 있다라는 현실 기만에의한 착취의 문제!

맞다. 이 문제가 해결되어지지 않는다면 역시 Matrix안의 허상은 나쁜 것들이다. 그러므로 '진실의 사막'은 그 빛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밖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영화를 지켜보는 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빨간약쪽에 서있으며, 다행히 자신들의 현실은 네오가 새로 깨달은 현실보다는 무척이나 양호함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을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안타깝지만..

지금 당신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커다란 System을 느끼는가?
당신은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이 System을 벗어나서는 당신은 삶을 영위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이미 당신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그리고 그 범위 모두다 그안에서 한정 되어져 버렸다.
당신은 모든것을 그 틀안에서만 이해하려고 스스로를 얽어맨다.
무언가 답답한 것이 당신의 마음을 누르더라도 이미 그것이 무엇인지, 왜그런지 알아채기 어려운 시점까지 도달했다.



현실에도 살아 움직이는 Agent가 있다.


도덕과 교육과 사회화 라는 Agent가 모든곳에 존재한다.
어느 순간에도 이 System을 이탈하려고 하는 순간마다 '튀는 개인'의 앞을 가로막고 서는 수많은 자발적인 Agent들을 경험할수 있다. 그들은 보수적인 관념의 집합체, 파시즘의 결정체
등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다시 한번 물어보자.
당신은 정말 빨간 약을 선택하겠노라고 선언할수 있겠는가?
당신의 지금 삶은 어떠한가?
혹시 네오가 아니라 Agent이지는 않은가?

- .淳. <난 파란약을 장기 지속 복용중이다.> (200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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